[CEO] 핀테크로 대기업 사로잡은 핑거…내년 초 IPO 추진 (20.08.30) 20-09-0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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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는 핀테크 업계 숨은 강자다. `핀테크(금융+기술)`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2000년 12월 핑거가 처음 생겼다. 처음 선보였던 서비스는 인터넷 계좌 통합 서비스인 `마이핑거`다. 지금의 자산 관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인 `뱅크샐러드` 인터넷판인 셈이다. 당시 고객을 150만명 이상 모았지만 수익화 모델에 실패했다. 이후 핑거는 인터넷뱅킹 솔루션으로 눈길을 돌렸다. 시중은행 앱과 인터넷뱅킹의 기반 기술을 제공한 것이다. 신한은행 `쏠` 앱이 대표적이다.

최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박민수 핑거 대표(55)는 "기존 금융사가 제공하는 상품 구조에 진화된 정보기술(IT)과 달라진 소비자 생활 습관 변화 사이에서 핀테크가 생겨났다"며 "그 틈을 핑거가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핑거 초창기 설립 멤버였던 박 대표는 2003년 1월부터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스마트폰 뱅킹 등 금융 시스템통합(SI) 분야에서 핑거는 내로라하는 실력자다. 이 같은 탄탄한 기술을 기반으로 실적도 꾸준히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568억원, 당기순이익 36억9500만원을 기록했다. 대다수 핀테크 업체가 아직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핑거는 이미 수익모델을 갖춘 셈이다.

핑거는 최근 개인 간(P2P) 금융과 해외송금, 개인 자산 관리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핀테크(대안신용평가모형), 핑거비나(베트남 자회사) 등이 모두 핑거 자회사나 관계회사다.

핀테크는 국민연금과 국세청 납부 내역, 신용카드 결제 패턴 등을 분석해 고객 신용등급을 매기는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한 업체다. 현재 카카오뱅크, 한화생명 등에 모형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 데이터와 공공 정보, 빅데이터를 결합한 `모니` 서비스를 출시하며 마이 데이터 분야에 진출했다. 간단한 본인 인증만 하면 개인의 직장·신용·건강·자동차·생활 정보 등을 합친 나만의 리포트를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베트남에 있는 핑거비나는 핑거의 해외 진출 전초기지다. 핑거는 2014년부터 하노이·다낭·호찌민 등을 거점으로 베트남에서 핀테크 사업을 시작했다. 핑거비나는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의 금융 솔루션을 개발하고, 현지 베트남 기업의 핀테크 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박 대표는 "코로나19로 어려운 환경이지만 `현지화` 전략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국내 1호 IT 서비스 기업인 쌍용정보통신 출신이다. 수십 년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데이터 모델링 작업을 해서 기술에 대한 이해가 깊다. 박 대표는 "처음 데이터 시장은 서로 교환하고 사고팔기에 적합한 개인 금융정보를 중심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며 "각자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을 얼마나 만족시키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핑거는 내년 1월을 목표로 주식공개상장(IPO)을 준비하고 있다. 자금력을 확보해 핀테크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다. 핑거는 최근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박 대표는 "올 3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기업설명회 등을 거쳐 내년 1월께 주식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