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 베트남에서 ‘대박’을 꿈꾸는 이유… “결국 SW의 힘” (2019.03.20) 19-07-2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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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신남방’시장 공략이 가속화되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의 주요 거점 국가들은 국내 IT업체들에게도 새로운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에 편승해 전략없이 덤볐다가는 고배를 마시기 십상이다. 아무리 시장 수요가 넘쳐나도 한국 IT업체 입장에선 현지에서 수익구조를 맞추지 못하면 ‘화중지병’(畵中之餠, 그림의 떡)일 뿐이다. 국위선양도 좋지만 적자를 보면서 사업을 할 수는 없는 일.
“한국 IT기업들에게 동남아는 겉으론 쉬워보일지 모르나 사실은 성공하기가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시장”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괜한 엄살이 아니다.
앞서 동남아 금융IT 시장에서 1차 'IT 한류'가 불었던 2000년대 초중반, 그 기세가 이어지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단단한 수익 구조가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처럼 SI(시스템통합) 중심의 시장 접근방식으로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현지인을 많이 채용하고, 동시에 인력 중심의 SI 구조에서 고부가가치 SW 판매로 전략을 변경하는 노력이 요구됐지만 국내 업체들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국내 e뱅킹 및 핀테크  솔루션업체인 핑거(대표 박민수)가 현재 베트남에서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IT 사업은 매우 의미가 크다. 
핑거가 찾은 해법은 '소프트웨어(SW) 패키지' 중심의 시장 공략이다. 가급적 SI 중심의 사업은 회피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실제로 핑거가 2017년 설립한 베트남 현지법인 핑거비나(대표 이정훈. 사진)는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적용된 자사의 e금융및 핀테크 솔루션을 활용해 크게 세 가지 영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 사업 모두 자사 SW 패키지의 경쟁력을 활용한다.
이정훈 대표에 따르면, 핑거비나는 ▲ 현지의 모바일 기반의 핀테크 플랫폼 구축,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의 금융서비스 플랫폼 구축, ▲또 현지 금융회사들의 뱅킹시스템 구축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신남방 정책의 강화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금융 및 기업들의 비즈니스 기회가 많아진 것도 물론 긍정적이다.

핑거비나는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들이 발주한 사업의 경우, 자사 SW 패키지를 활용해 이미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농협은행, 롯데파이낸스, 우리은행, 신한은행, 미래에셋생명 등의 모바일 금융서비스 플랫폼 구축 사업을 진행했다.
이와함께 최근에는 베트남의 아이폰 수리센터를 스마트폰을 통해 연결해 고객들이 수리 예약및 결제가 손쉽도록 한 O2O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회성 구축 사업이 아니라 꾸준하게 수수료 기반의 수익이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정훈 핑거비나 대표는 지난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앱, 웹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금융 및 핀테크 서비스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며 "다만 SW 패키지 기반의 사업으로 접근하기때문에 인건비 부담으로 인한 수익성 우려는 없다"고 전했다.
물론 아무리 현지 IT인력을 채용비율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결국 인건비가 비싼 한국의 전문 IT인력의 참여는 어느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핑거비나측은 커스터마이징을 최소화할 수 있는 'SW 패키지'를 통해 인력 투입을 최소화한다.
핑거가 현재 베트남 모바일 플랫폼 구축 사업에서 적용하고 있는 SW 패키지는 'ORCHESTRA(오케스트라)'이다. 국내 금융권에서 이미 수년간 축척된 노하우가 녹아있으며, 전 금융 영역에 걸쳐 다수의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있다. 다양한 스마트폰 OS 환경에 대응하고,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운영 비용절감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
또 핑거가 현지에서 스크래핑 프로젝트에 적용하고 있는 '빅(BIG)' 패키지도 국내 금융권에서 검증이 충분히 완료된 SW이다 . 스크래핑은 금융기관 및 기업의  웹페이지 정보를 단일 화면 또는 DB에 자동화하여 직접 제공함으로써 개인및 기업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기술이다.
'SW 패키지' 방식은 기성복처럼 이미 완성된 업무시스템을 고객사에 제공한뒤, 고객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변형만 거쳐 곧바로 가동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SI를 최소화하기때문에 구축 기간도 짧고, 시스템 운영도 안정적이다.
또 한가지 주목할 만할 것은 현지의 IT 문화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에선 'SW 패키지'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이것이 한국 IT업체들에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이대표의 분석이다.

이대표는 "국내에선 업무시스템 구축시 고객사가 이런 저런 특화된 업무요건을 추가로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 IT업체는 그 요건을 다 맞추기위해 결국 SI에 과도한 자원을 투입하고, 그런 과정에서 오히려 시스템 품질이 저하되는 부작용이 나온다"며 "하지만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에선 이런 요구가 거의 없다는 것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동남아 IT시장 공략의 성공 여부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SW 패키지'를 국내 IT업체가 과연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대표는 "경쟁력있는 글로벌 SW 패키지 개발과 함께 현지화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도 병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핑거피나는 한-베 IT친선대학을 통해 IT인력을 육성해왔다. 
지난해, 이대표는 오는 2020년까지 자체 개발인력 100명을 확보하고 핀테크 및 분야별 솔루션은 패키징 판매를 위주로해서 연매출 100억원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추세라면 그 목표 시기는 조금 더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