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활용 소액 해외송금업체…'개점휴업' 상태 (2018.02.28) 18-02-28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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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 활용 소액 해외송금업체…'개점휴업' 상태
센트비, 모인, 핑거, 핀샷 등 16곳 소액 해외송금업체로 인가…가상통화 활용 '제로'

가상통화(암호화폐) 가격이 단기간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가상통화를 매개로 한 소액 해외송금 스타트업들이 사실상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가상통화의 블록체인망을 활용해 기존 금융사 대비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워 사업을 시작했지만 정부 규제와 불안정한 가격 등 현실의 벽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해외송금업체 센트비는 2016년 1월 비트코인을 매개로 한 해외송금 사업을 필리핀에서 처음 시작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필리핀 노동자가 송금을 원할 경우 센트비가 해당 금액만큼의 비트코인을 필리핀 내 사업 파트너에게 보내면 사업 파트너가 수령자에게 필리핀 화폐인 페소로 바꿔 지급하는 형태였다. 비트코인을 활용하다 보니 은행 간 금융·통신망(스위프트망) 사용료 등 비싼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돼 인기를 끌었다.

이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주요 국가로 송금 서비스 지역을 늘리면서 촉망받는 스타트업이 됐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정부가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해외송금업체로 인가받으려면 자기자본 20억원 이상(소액 해외송금 10억원 이상), 자기자본에 대한 부채총액비율 200% 이내 등을 충족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센트비는 4개월 동안 정부 요건에 맞춰 자기자본, 전산시설 구축 등을 완료해 지난해 11월 말 인가를 완료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가상통화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기성이 사회문제로 불거지자 금융당국은 해외송금업체들에 가상통화를 매개로 한 송금 방식을 쓰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하달했다.

게다가 하루에도 가상통화 가격이 10~20%씩 변동하다 보니 송금 도중 가격이 떨어지면 송금을 의뢰받은 업체는 큰 손실을 입게 된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보다 가상통화 가격이 많게는 50% 가량 비싸게 거래되는 소위 '김치 프리미엄'이 생겨나면서 송금을 할 때마다 저절로 손해를 보는 구조에 처한다.

최근까지 소액 해외송금업 관련 인가를 받은 곳은 센트비를 비롯해 모인, 핑거, 핀샷 등 16곳에 달하지만 블록체인과 가상통화를 활용해 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코인원도 해외송금 서비스 '크로스'를 내놨지만 실적은 전무하다.

코인원 관계자는 "가상통화를 이용한 해외송금을 먼저 고려했지만 정부의 입장 등을 반영해 다른 방식을 강구하고 있다"며 "서비스 방식을 자세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3월 중 해외송금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저렴한 수수료를 앞세워 해외송금 시장에 도전했던 스타트업들은 다른 방식으로 선회하거나 서비스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센트비는 해외 제휴 은행에 미리 목돈을 보낸 뒤 고객 요청에 따라 현지에서 돈을 지급하는 '프리펀딩', 여러 건의 소액 송금을 모아 기존 스위프트망을 통해 한 번에 보내는 '풀링' 방식 등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송금업체 한 관계자는 "일본처럼 가상통화를 활용한 해외송금이 허용돼야 궁극적으로 중개자가 사라지고 수수료조차 존재하지 않게 된다"며 "가상통화를 활용하면 단 몇 초만에 거래가 끝난다"고 설명했다.

[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