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 때문에 다짐한 약속, 8년만에 지킨 CEO 17-11-13 23:12

본문

핑거 박민수 대표 “기업은 또 하나의 공동체”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 2008년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당시 연설자로 초청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자본주의의 맹점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우리는 부유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자본주의의 혜택이, 가난한 사람에게도 돌아갈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빌 게이츠의 이 말은 양극화된 경제구조, 승자독식의 문화, 취약한 사회안전망, 과감한 경제민주화의 해법이 필요한 현재의 대한민국의 상황에 대입해도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다.

그리고 8년이 흐른뒤, 당시 이 연설에 감동을 받았던 국내의 한 기업가는 자기 자신에게 다짐했던 약속을 조용히 실천에 옮겼다.

시장은 앞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으로 넘쳐 나지만 그는 올해 초 자신이 가진 회사 63%의 지분중 10%를 회사 직원들에게 무상 분배했다. 110여명의 회사 직원들에게 1인당 평균 2000주씩 돌아갔다.

그는 “좀 더 기술적인 방법을 찾아야겠지만 앞으로 입사하는 직원들도 동일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회사 지분의 10%는 직원들 몫으로 계속 분배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 회사는 이제 상장을 준비한다.

국내 스마트금융및 핀테크 솔루션 분야에서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는 핑거(www.finger.co.kr) 박민수 대표(사진)의 얘기다.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킨 이유를 묻는 질문에 박 대표는 “기업은 또 하나의 공동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핑거뿐만 아니라 지난 2014년 설립된 빅데이터 신용분석솔루션 전문자회사인 (주)핀테크, 그리고 지난해 8월 설립된 외화 송금서비스 전문 자회사인 (주)머니텍에게도 앞으로 이같은 ‘지분 10% 직원 배분’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준 것이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진행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것. 

그는 “냉정하게 보면, 개인이 보호받을 수 있는 단위는 가족 정도다. 보험 등 리스크를 완화하는 수단들이 있으나 그것도 불안하다. 직원이 회사와 함께한다면 리스크는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업 공동체', 존재는 하지만 실제로는 생소한 단어인데 그는 이 표현에 익숙했다.

관련하여 핑거의 임직원들은 5년간의 긴 투병끝에 약 1년전 혈액암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최모 상무를 얘기한다. 박 대표는 투병기간동안 한번도 빼놓지않고 최 상무에게 100% 책정된 임금을 지급했고, 장례비도 회사에서 전액 부담하도록 했다. 또 고인의 자녀 교육비를 학교 졸업때까지 책정해놓고 매달 지급하고 있다. 

전형적인 IT엔지니어 출신이지만 박 대표는 특이하게도 인문학적인 앵글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실제 개발과정에서도 이를 고민한다.

예를들면, 빅데이터 기반의 핀테크의 모델을 개발할 때도 ‘제도권 금융에서 불리한 등급을 받는 사람들이 어떻게하면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줄 수 있을까’가 그의 관심사다.  386 운동권 출신 CEO의 태생적인 특징인지는 몰라도 그의 관심은 ‘공유 경제’다.

핑거는 지난 2000년에 설립된 초창기 닷컴 세대 기업이다. 과거 증권정보사이트로 유명했던 팍스넷의 개인계좌통합서비스(PFMS) 전문 자회사였다. 닷컴버블이 붕괴된 이후 2003년 팍스넷이 SK텔레콤에 인수되면서 당시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박민수 대표가 지분을 인수해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하지만 박대표가 핑거를 인수한 시점의 내부 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50명이 넘던 직원들 10여명으로 줄어들고, 적자 상태에서 겨우 흑자로 전환된 것은 2007년쯤이다. 박대표는 이 때 고락을 같이했던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어느정도 회사의 안정을 찾은 2009년,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3 출시를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뱅킹 고도화 바람이 불기시작했고 핑거도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어쩌면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지만, 자신에게 찾아온 한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박대표는 엔지니어 특유의 감각을 믿는다. 당시 그는 앞으로 스마트폰이 블러올 거센 변화를 예상했다. "아이폰3가 나오기 전에  나는 아이팟터치의 유저였다. 그런데 이게 핸드폰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직관적으로 느낌이 왔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기반의 스마트뱅킹이 국내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되기도전에 이미 스마트뱅킹 앱을 구상해 놓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핑거는 국내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뱅킹 앱개발 분야에서 발군을 실적을 올렸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모바일뱅킹용 앱(애플리케이션)중 상당수가 이 회사의 작품이다. 핑거는 '오케스트라'로 명명된 자사의 플랫폼(소프트뤠어)를 이용해 모바일뱅킹 앱을 구현하고 있다. 

2011년 100억원이었던 핑거의 매출은 2012년 130억원, 2013년 188억원으로 크게 뛰어올랐다. 2014년 173억원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2015년 220억원(잠정)으로 매년 20%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최근 스마트금융과 핀테크가 급부상하면서 핑거는 예전보다 많은 사업기회를 잡고 있고, 실제로 최근 3년간의 경영실적도 좋게 나오고 있다. CMS(기업자금관리)와 스마트뱅킹 사업분야에서 꾸준하게 실적이 양호하게 뒷받침된 결과다. 

박 대표는 핀테크 시장 공략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들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 패턴을 분석해 신용도를 평가하는 '소셜신용평가'가 주력인 (주)핀테크는 최근 은행권에서 관심이 높은 중금리대출 전략을 짜는 기초 데이트를 제공,분석하는게 핵심 비즈니스다. 핑거는 최근 모 은행의 중금리대출 상품 플랫폼을 구현하는데 참여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앞으로 1~2개의 자회사를 추가로 만들 계획이다. 시기를 못박지 않았지만 박 대표는 “P2P. 클라우드펀딩 등 핀테크기반의 금융서비스가 직접적으로 가능한 자회사”라고 밝혔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금융서비스의 혜택을 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 그의 핀테크 전략이 어떻게 구현될 것인지 기대된다.